남자의 자리 - 담담한 그래서 슬픈 아버지의 일생

2022. 10. 11. 12:56도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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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제주도 신혼여행에서 들렸던 서점에서 샀던 책입니다.

 

당시에는 '아니 에르노'라는 작가를 잘 모르고 그저 서서 읽어보니 아주 재밌어서 구매한 책입니다.

 

그렇지만 집에 놔두고 1년이 지난 시점에 이게 웬걸?

 

작가인 아니 에르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61725.html

 

‘자전소설’로 젠더·계급 탐구 노벨문학상에 아니 에르노

프랑스 대표 작가…여성으론 17번째 ‘남자의 자리’ ‘한 여자’ 등 대표작

www.hani.co.kr

 

 

수상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쳐박혀 있던 책을 꺼내 열심히 읽어보았습니다.

 

어떤 내용?

 

책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소설의 화자 = 작가 자신 즉, 아니 에르노 입니다.

 

그녀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난 뒤, 아버지의 삶에 대해서 찬찬히 반추하면서 써내려갑니다.

 

다만 그의 삶에 대해서 칭송하며 영웅으로 만들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그를 조롱하면서 비웃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차분하게 일생을 풀어나갑니다.

 

프랑스 코 지방의 어느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아버지는 가난한 농사꾼을 벗어나기 위해 도시의 노동자가 되었다가 겨우 돈을 모아 상인이 됩니다.

 

그 가운데 어머니를 만나 결혼도 하고 사업이 실패해 어려움도 겪고, 애지중지하던 딸이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합니다. 겨우 얻은 두 번째 딸이 바로 아니 에르노입니다.

 

그녀를 잘 교육해서,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길 바라는 아버지.

 

그러나 그녀는 점점 교육을 받고 여러 친구들, 넓은 세계를 만나게 되면서 부모님이 사는 세상과 멀어집니다. 대학에 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말입니다.

 

그렇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느껴지는 그 빈자리.

 

그녀는 아버지에 대해서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됩니다.

 

재미는 어떤가

 

정말 슬픕니다.

 

담담하게 아버지의 일생에 대해서 풀어나가는 글솜씨는 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려운 단어도, 깊은 의도를 품은 문장도 없이 술술 읽히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모여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깊은 슬픔과 그리움입니다.

 

하지만 너무 담담하게 감정이 섞이지 않은 톤으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슬픈 감정이 다가옵니다.

 

애이불비(哀而不悲)라는, 슬프지만 슬픈 티를 내지 않는 다는 이 한자성어 처럼 그 감정이 절절하게 전해집니다.

 

다 읽고 나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니 에르노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어떤 표정으로 당시에 서 있는지 알 것 같은 그런 소설입니다.

 

또한 다시 생각해보면,

 

그녀의 소설 속에 영원히 아버지를 그려 넣음으로써 아버지는 다른 의미로 '불멸'이 되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그 삶이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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