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2. 17:25ㆍ도서 리뷰
고종, 군밤의 왕은 제목 부터 특이한 소설입니다.
소재도 특이하고 전개되는 내용도 특이하며 주인공도 특이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내용?
주인공은 80대 노인입니다. 일평생 재주라고는 군밤 굽는 재주 뿐인 군밤 장수입니다. 그런데 그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산신령을 감동시키게 되고, 산실령은 그의 소원을 들어주어 눈을 떠보니 어릴적 고종으로 환생하게 되었습니다.
흥선대원군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학문에는 영 취미가 없는 아들, 주인공.
그는 운명 대로 고종이 되고, 본래의 고종과는 다르게 아주 현명하고 올바른 길을 걸어 천천히 그러나 착실하게 조선을 개혁하고 발전시켜 나갑니다.
다른 대체 역사 소설과 다른점
쉽고 가벼운 내용으로 다소 비현실적인 전개가 중점이 된 여타의 대체 역사 소설들과는 다르게 이 소설은 수 많은 한자어가 난무하고, 무거운 국제 정세와 인물들간의 심리가 묘사됩니다.
익숙치 않은 한자어가 많이 나와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해석하기 어려워 정말 자세히 읽어야 합니다.
또 다른 점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 80대 노인이었고, 역사에 대한 거시적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대략적인 역사의 흐름은 알지만 자세히 알지 못 하니, 주도적으로 개혁군주가 되어 나서기 보다는 현명한 사람들을 기용하여 그들이 활약할 수 있게 무대를 깔아줍니다.
유명한 자신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을 전면에 내세워 지원을 해주고 그와 비슷하게 현명한 '박규수', '최익현', '민자영'등을 내세워 국정을 운영해 나갑니다.
그러다 보니 절대 군주의 권력을 내려놓고 재상정치 시스템으로 가는데 이게 갈수록 세련화 되면서 내각제 비슷한 흐름으로 흐르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나름 정당도 생기게 되는 등의 정치 시스템이 변형됩니다.
구한말 즈음,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외교의 역할이 아주 중요했습니다. 무너지는 청나라의 중화질서 속에서 떠오르는 일본과 내려오는 러시아 그리고 밀려오는 프랑스와 영국 등의 틈바구니에서 적절한 틈새를 파고들어 자신의 균형을 잡는게 중요했었습니다.
마치 태국의 개혁군주 였던 쭐랄롱꼰, 라마5세 처럼 적절하게 외교의 균형을 잡고 국내 개혁을 해나가는데 그 묘사와 진행 과정이 그럴듯 해서 정말 재밌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80세 노인이었다가 전생을 했다보니 큰 욕심도 없고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공명심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라면 욕심때문에 저지르게 되는 실수를 하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 나갑니다.
재미는?
취향이 맞으면 정말 재밌습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 한 바와 같이 어려운 한자어가 난무하고 중간중간에 외교 논쟁이 철저한 고증을 통해 외교적 언어로 풀어지기 때문에 따라가려면 집중해야 합니다.
철학적 논쟁도 나오고 복잡한 역사적 상황도 풀어져 나가는데 다른 대체 역사소설들에 비해 전개가 느리고 주인공의 역할이 비교적 크지 않기 때문에 그 점은 염두해두시고 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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