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뢰성(黑牢城) - 일본 전국시대 배경의 추리소설

2023. 8. 4. 08:48도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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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는 일본의 유명 미스테리 소설 작가입니다.

 

국내에서 작가의 이름으로는 잘 모르시겠지만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고전부 시리즈의 빙과(氷菓)가 바로 이 작가의 작품입니다.

 

https://www.kyotoanimation.co.jp/kotenbu/

 

TVアニメ「氷菓」京アニサイト | 京都アニメーション

青春は、優しいだけじゃない。痛い、だけでもない。ほろ苦い青春群像劇。TVアニメ「氷菓」2012年4月から放送開始。

www.kyotoanimation.co.jp

 

2012년 작품이라 모르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교토 애니메이션의 유려한 그림체와 탄탄한 스토리는 여전히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팬들을 애타게 하고 있습니다.

 

블루레이 판매량이나 책의 판매부수 등 매출로만 따져도 충분히 2기를 기대할 만하지만 아직까지 확정적인 소리는 없습니다.

 

자,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요네자와 호노부의 장편소설 '흑뢰성'의 이야기 입니다.

 

배경

 

흑뢰성은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1578년, 오다 노부나가가 나고야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해 일대의 패자로써 세력을 굳히고, 동으로는 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겐신을 눌렀으며 그외의 세력들을 토벌한 상황입니다.

 

이제 천하를 잡기 위해서 남은 대적(大敵)은 서쪽에 위치한 '모리'가문.

 

모리 가문은 오다의 원정군 총사령관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오다 내부의 세력 중 하나인 아라키 무라시게가 뜬금 없이 반란을 일으킵니다.

 

철옹성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아리오카성에서 농성하며 항전의 의지를 불태우는 아라키 무라시게는 서쪽의 모리, 그리고 오사카에 위치한 혼간지 세력과 연계해 오다를 궤멸시킬 속셈이었습니다.

 

갑작스런 모반을 일으킨 아라키를 설득하기 위해 여러 사신이 오가는 가운데, 오랜 친우라 할 수 있는 '쿠로다 칸베에(黒田官兵衛, 후에 쿠로다 요시타카)가 설득을 하기 위해 옵니다.

 

관례대로라면 교섭을 거부할 경우, 사신을 죽이거나 그 자리에서 돌려보내는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아라키는 쿠로다를 그렇게 하지 않고 그를 지하 토굴에 가둬 버립니다.

 

빛 한점 들어오지 않고 벌레와 습기가 끝 없는 고통을 선사하는 지하굴에 유폐해버린 것입니다.

 

지금의 효고현 이타미시가 배경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흑뢰성'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것이 목차의 인(因) 부분입니다

 

역사 미스테리

 

현실적인 이야기에 교묘하게 허구적 요소를 섞었습니다.

 

모반 이후, 성난 파도처럼 밀려들어온 오다군은 아리오카성을 포위합니다. 성내의 아라키 무라시게는 결사의 항전을 꾀합니다.

 

처음 농성을 시작하고나서는 성내의 사기가 아주 높습니다.

 

곧 서쪽의 모리가 대군을 이끌고 원군이 올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상황은 악화됩니다.

 

오다의 빠른 진군에 놀란 여러 동맹들이 순식간에 항복하고 창자루를 거꾸로 쥡니다.

 

그런 가운데 첫 미스테리가 발생합니다.

 

설야등롱(雪夜燈籠) 챕터의 시작은 이런 분위기 가운데입니다.

 

성내에 인질로 잡아둔 장수의 자식을 통례를 깨고 살려두기로 한 아라키. 그러나 그 인질은 다음날 화살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화살에 맞은 듯 한 상처를 입고 죽어있었습니다.

 

아라키는 열심히 조사를 해보지만 도저히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습니다.

 

결국 방법을 찾지 못 한 아라키는 그 지략으로 천하에 유명한 쿠로다를 찾아 지하 토굴로 향합니다.

 

거기서 사건의 개요를 듣던 쿠로다 칸베에는 금세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노래로 넌지시 답을 알려줍니다.

 

아라키는 그걸 등불삼아 범인을 밝혀내고 사건은 마무리 됩니다.

 

이런 식으로 사건이 계속 전개됩니다.

 

이후에 전개되는

 

화영수훈(花影手柄), 원뢰염불(遠雷念仏), 낙일고영(落日孤影)의 에피소드 마다 이런식입니다.

 

성내의 사기에 큰 영향을 줄만한 의문의 사건이 생기고 그걸 결국 쿠로다 칸베에의 지혜를 빌려서 해결하는 식입니다.

 

제목 그리고 역사적 사실에 관해

 

각 챕터의 제목은 사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화영수훈의 화영은 '꽃 그림자'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달빛 아래에 떨어지는 꽃 그림자를 말하는 것인데, 소설 속에서는 적장의 목이 떨어지는 모양을 나타냅니다.

 

수훈 혹은 일본어로 '테가라'는 전장에서 세운 공(功)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원뢰염불에서 '원뢰'는 멀리서 은은히 들리는 천둥소리를 말합니다. 이는 일본어에서 여름을 연상시키는 단어로 자주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마지막 낙일고영은 말 그대로 해가 떨어지는 가운데 고독한 그림자를 말하는데 이것은 막바지에 이른 농성전으로 인해 구석에 몰린 아라키 무라시게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성의 상황은 악회되고 사람들의 민심은 나락으로 향하며 아라키 무라시게의 주변에는 사람이 점점 없어집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역사에 남겨진대로 성을 버리고 홀로 그곳을 뛰쳐나갑니다.

 

여전히 그가 왜 성을 버리고 나갔는지, 왜 반란을 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거기에 작가가 상상력을 보태 나름의 이유를 꾸며냈습니다.

 

재미는?

 

 

일본 전국시대에 대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계신다면 흥미롭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지식이 없는 경우에는 읽는게 약간 어려우실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점점 어두워지고 절망적인 분위기로 하강해가는 느낌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를 싫어하시는 분도 안 읽는 편이 낫습니다.

 

전체적으로 역사와 허구를 적절히 섞은 다음, 거기에 미스테리의 요소를 넣는 작가의 역량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로만 잘 쓴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요네자와 호노부는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많던데 다음번에 다른 이야기를 읽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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